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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Review

무기의 그늘 - 황석영


처음 '무기의 그늘' 이라는 책을 보고 베트남 전쟁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흔한 그저그런 책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의 찬사가 너무나 대단하여 단순한 전쟁소설은 아니겠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읽고싶기는 하지만 읽고 난 후에 실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읽기를 계속 미루다 이제야 봤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전쟁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가 아닌 돈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를 그리고 있다. 베트남 전 때의 미군의 PX와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물품들의 불법거래. 소위 블랙마켓이 주된 소재이다. 하지만 이런 블랙마켓은 베트남 전쟁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그 어디에서나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 암시장을 단속하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이용을 하고있다. 미국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미군으로 하여금 그 상대편을 초토화시키는가 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엄청난 부유물을 블랙마켓을 통해 사회에 유통시킴으로써 사회·경제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이 블랙마켓에서는 PX에서 유통되는 물품뿐 아니라 무기와 달러까지도 거래되고 있다. 광범위한 전자제품과 가공되지 않은 식자재들(채소류, 육류, 과일류)과 반가공된 식자재(고춧가루등 양념과 커피, 아몬드, 건포도 등의 깡통류), 그리고 전투식량. 전쟁터에서 자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자연히 이런 뒷거래로 나오는 물품들이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차지하게 되면 그 사회는 결국 예속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무기의 그늘'은 각각의 입장을 또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민족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베트남민족해방전선, 남베트남의 장교이면서 남·북 베트남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인물, 돈에 팔려온 한국군.
각각의 인물들은 그 자신의 입장을 충실히 보여주고있다. 민족해방을 위해 해방전선에 투신해서는 해방전선의 물자보급투쟁을 위해 암시장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민. 베트남군 소령이지만 지위를 이용해 물자를 뒤로 빼돌려 돈을 벌어서는 제3국으로 빠져나갈려고 하는 팜 소령. 남의 나라 전쟁에 팔려와 오로지 제대날짜만을 바라보고 전쟁에서 제3자적 입장을 유지하는 영규. 그리고 이 암시장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 인물들. 
황석영은 각 인물들의 사회적 내면적 입장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전쟁이라는 흔한 배경에서 PX - 블랙마켓 - 암시장 이라는 나로서는 생소한 소재를 다룬 이 '무기의 그늘'은 역시 황석영이라는 나의 인식을 확고히 하기에 충분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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