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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Review

시계태엽 오렌지 - 앤서니 버지스


몇 년 전에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영화를 봤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영화에 대한 인상은 가슴 깊이 남았었다. 충격적인 영상과 독특한 전개, 영화의 내용 등등.. 그때는 감독이 스텐리 큐브릭이라서 그렇다고.. 세계적인 거장 영화감독에 대한 납득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가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책을 다봤다.


처음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은 영화의 장면만 간간이 생각나는 그 영화의 강한 인상을 책으로 다시 받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영화를 볼 땐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자세히는 안나오는데 약간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실상은 1940년대에서 60년대를 반영하고 있다. 작가 앤서니 버지스는 조지 오웰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를 우상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 영향이 이 소설에도 많이 반영되어 국가권력의 비판으로 나오고 있다.

이 '시계태엽 오렌지'는 주인공인 나(알렉스)가 화자로 나오며 과거를 회상하는 서술로 되어있다. 알렉스는 십대의 우리말로 하면 비행 청소년이다. 말이 비행 청소년이지 절도, 마약, 강도, 폭력과 강간  등 자신의 성적욕망과 유희,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극단적 행위을 일삼는다. 이런 상황은 영화 베트맨의 고담시를 연상시킨다.

그러던 중 친구의 배신으로 알렉스는 경찰에 붙잡히게 되고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이 때 국가는 교도소에서의 교화를 인간의 정신을 개조해서 자유의지를 박탈하고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루도비코 요법을 실시하게 되고 알렉스는 이 실험의 피해자가 된다.

 

책은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알렉스가 폭력을 휘두르며 다니는 부분을 보여주고 2부는 교도소에 갇히고 루도비코 요법을 받는 부분, 3부는 교도소에서 풀려나서 현재까지의 이야기다. 책의 전반부가 개인의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후반부는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개인에게 육체적, 정신적 태엽장치를 달아 통제하려는 국가권력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알렉스는 루도비코 요법을 받아서 교도소에서 나오게 되지만 그 상황을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자살시도는 실패하고 대신 다시 원래대로의 정신을 갖게된다. 책에서 알렉스가 루도비코 요법을 받고 나왔을 때 국가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흉악한 범죄자를 온순한 양으로 만들수 있다고.

그에 반해서 국가권력에 반대하는 지금으로보면 야당, 시민단체 등이 이 알렉스를 이용하여 개인의 자유의지 문제를 제기한다. 알렉스는 정부에 의해서도, 반정부에 의해서도 이용을 당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정치권이 그대로 보여진다. 하나의 사건이 있으면 서로가 이 사건을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 할려는 그런 모습들...

마지막에 가서는 원래대로 돌아온 알렉스는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갔는데 점점 이 생활에 재미를 잃어가게 되고 보통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이 부분을 보고는 성장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 내용을 넣었어야 했는가? 개인의 폭력과 국가권력의 폭력. 여기서 끝나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 어쩐지 맥이 빠지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런 결론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