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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Review

불놀이 - 조정래



- 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물음입니다.
불놀이는 4개의 중편소설이 한권을 이루는 연작소설입니다.  각각의 중편은 중심인물을 달리해서 그 각자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고 회상하는 형식입니다.
책의 흡인력이 강력해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을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후에 쓰여진 대하소설들에 비해서 이 책은 더욱 직접적으로 강하게 말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해방이 되고 극심한 좌우대립의 시기에 멸시받고 가진것 없는 하층의 인물이 난리를 통해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그 지방의 지주인 신씨 일족들을 학살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30년 뒤에 그 피해자의 후손이 그 사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나죠.

처음 보는 중에는 '어 조정래선생님이 이런내용의 소설도 썼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에서
사회주의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무고한 이들.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잘못됐고 나쁘고 뭐 이런식의 파악을 했죠. 1983년에 TV극으로
6·25 특집극으로 방영도 했다고 해서...
하지만 다 보고나서는 그런 이념의 대립은 아니더군요.

피지배계급의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 가진자와 못가진자, 배움의 있고 없고 등등.. 그런 요소들의 덩어리가 한으로 남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그 한의 분풀이를 하고 있어요.
전쟁이 나고 사회가 혼란한 틈에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인민재판이라는 막의 뒤에 서서 그 모든 한의 분풀이를 하죠. 그리고는 도망을 하여 부를 축적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가 되어 복수극을 펼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끝없는 복수극을 지난 세대의 당사자들로만 선을 긋고 반복되는  피를 피할려고 하죠.
그래서 여기서는 가해자나 피해자 그리고 그로인한 추가적인 피해자들 모두가 피해자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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