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기/Review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르케스의 많은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마르케스와는 다른것 같다.
너무나 유명한 '백년동안의 고독'이나 아니면 '사랑과 다른 악마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등을 보면 현실과 환상이 구분이 안된다고 해야할까.. 몽환적 분위기도 있는 그런 글이었는데 이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그런 환상적 분위기와는 너무나 차이가 있다. 이것은 꼭 신문기사를 읽는것 같은, 극명한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마르케스가 젊은 시절 실제로 일어났었던 사건을 세월이 흐른뒤 다시 재구성해 쓴 소설이다. (마르케스는 그의 모든 이야기는 그가 직적 혹은 간접적으로 보았거나 들었었던 이야기라 한다.)
여기서 화자는 마르케스 자신이 직접 소설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보았던 시점으로 서술되어있다. 내용은 외진 마을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결혼식 당일에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랑으로부터 집으로 되돌려보내진다. 그러자 그 신부의 쌍둥이 오빠들은 이 신부의 순결을 빼앗은 자를 찾아서 죽이는데, 이 죽일것이라는 사실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래서 결국은 그 마을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되는데 정작 목표가 되어진 사람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살인은 행해지는데 이 쌍둥이 오빠들은 이 살인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고, 그 마을사람들 또한 그 살인에 간섭하려 들지는 않는다.
소설은 화자가 살인이 일어난지 27년이 지난 이후에 당시의 일을 다시 조사해 나가는 과정과 그 당시의 목격자들을 만나서 목격담을 듣고, 그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각자의 시점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들려지고, 그것또한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불분명하다. 살인의 목표가 되는 인물의 각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좋게 혹은 나쁘게 얘기되어 지고 있다. 여기서 불분명한 것이 신부가 자신의 순결을 빼앗은 인물로 지목한 사람이 정말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가 모호하다.

정당한 폭력, 명예에 관한 집단 무의식,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그 예정된 운명을 향해 달리는 우연들. 이것들이 이 소설을 이루는 기둥들이다.  

'책읽기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마장 가는 길 - 하일지  (0) 2011.11.21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0) 2011.11.21
아가멤논의 딸 - 이스마엘 카다레  (0) 2011.11.06
겐지이야기 - 무라사키 시키부  (0) 2011.11.01
불놀이 - 조정래  (0) 201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