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기/Review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전에 아리랑을 보면서 만주 쪽의 우리 독립군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시절의 그 지역은 다양한 이념과 의지의 격전지같았다. 무슨무슨 단, 무슨무슨 주의... 사상과 정치세력, 각 나라의 군대들.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그런게 있다는 정도로만 넘어갔었다. 이 '밤은 노래한다'는 그 당시에 있었던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민생단 사건은 우리 독립군들과 중국공산당이 일본에 대항하여 싸우던 와중에 내부의 분열에 의해 민생단이라는 일본의 앞잡이 단체라는 올가미를 씌워 독립군들이 학살을 당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념과 사건에 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에 대한, 그 당시의 청춘들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별 어려움없이 자라서 측량을 배우고 만철에서 일한다. 그는 주위에서 독립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활해왔고 어느정도 일본인들과 친분을 쌓고 지내는 인물이다. 그러던중 한 여인을 알게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이 그를 항일유격대에 뛰어들게 한다.

그제야 나는 내가 진술한 세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됐다.그건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 완벽하게 가짜인 세계였다.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렷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남의 땅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꿈꿀 수밖에 없다. 주인만이, 자기 삶의 주인만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꿈꾸지 않는다.

이시기의 만주지역 청춘들의 의식과 행동들, 그들의 삶과 죽음... 이들을 김연수는 그의 문장으로 그리고있다. 김연수가 쓰는 문장들은 어쩌면 역사적, 사실적 글에는 안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사랑이 들어가고, 청춘들이 들어가면서 그만의 역사소설로 만들어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