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바로 장관님처럼, 바로 댁처럼 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댁한테 나하고 같이 자고 싶으냐고 물었다면 댁은 뭐라고 말했겠어요,
저 기계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 P. 74
부인, 부인의 범죄는 그자를 죽인 것이 아니오,
부인의 큰 범죄는 나머지 사람들이 다 눈이 멀었을 때 눈이 멀지 않은 것이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저 경멸의 대상이 될 뿐이지만,
그걸 구실로 다른 일을 꾸밀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 P. 332
하지만 그건 말도 안돼요, 정말 말도 안돼.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바로는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말도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외려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이용해서 양심을 무디게 하고 이성을 파괴하오.
- P. 377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 평생 지킬 협정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자문할 날이 온다,
누가 여기에 나 대신 서명을 했는가.
- P. 377
우연도 가끔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옆 건물의 꼭대기층에서 누군가가 종이 뭉치를 뿌린다.
또 한 뭉치, 또 한 뭉치. 아래에서 사람들이 종이를 잡으려고 두 팔을 벌린다.
종이들이 둥둥 떠내려온다. 비둘기처럼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 가운데 한 장이 경정의 어깨에 잠시 머물렀다가 땅으로 미끄러진다.
그래, 결국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어.
도시는 이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받아 복사기 수백대를 돌렸어.
그래서 이제 청년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며 전단을 우편함에 넣거나 문간에 배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무슨 광고지냐고 묻는다. 그러면 그들은 대답한다,
네, 최고의 광고지요.
이 행복한 사건 때문에 경정은 새로운 영혼을 얻었다.
그 손이 마법, 흑마법이 아니라 백마법을 휘두른 것처럼 그의 모든 피로가 사라져버렸다.
거리를 걸어가는 이 사람은 이제 다른 사람이다.
다른 정신을 생각하고 있다.
전에는 모호했던 것을 분명하게 보고 있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던 결론들을 고치고 있다.
그 결론들은 이제 그것을 만지는 손가락들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있다.
- P. 412
한 눈먼 남자가 물었다, 무슨 소리 들었나.
총소리가 세 발 들렸는데, 다른 눈먼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개가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지금은 그쳤어, 세 번째 총 소리 때문일 거야.
잘 됐군,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
- P. 428
'책읽기 > 책 속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퀴즈쇼 - 김영하 (0) | 2013.04.18 |
---|---|
소피의 선택 - 윌리엄 스타이런 (0) | 2013.04.14 |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0) | 2013.01.25 |
어떤 미소 - 프랑수아즈 사강 (1) | 2013.01.13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0) | 201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