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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 속 글

꿈의 궁전 - 이스마일 카다레

 

 

창문 너머에서 뭔가가 계속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결국 그는 늘 취하던 자세를 풀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입김으로 뿌예진 얇은 차창을 통해 지금 자신이 탄 마차가 중앙공원을 따라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편도나무에 꽃이 피었구나. 그는 가슴이 뭉클했다. 밖에서 그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을 때마다 늘 하던 대로 그것을 슬쩍 본 다음 다시 의자 뒤로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두 걸음만 디디면 저 밖에 새로운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고, 포근한 구름이 피어오르고, 황새가 날고, 사랑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은 그가 꿈의 궁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두려워 애써 외면하는 것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의자 뒤쪽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느꼈다.

P.294~295

 

그렇다, 나는 내 무덤을 장식할 조각가에게 꽃이 활짝 핀 편도나무 가지를 새겨달라고 주문하리라. 그는 손바닥으로 뿌예진 창을 닦았다. 그렇다고 해서 좀더 선명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창을 통해 세상은 다른 각도로 보이기도 하고 영롱한 무지개빛을 발하기도 했다.

순간 그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음을 깨달았다.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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