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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 속 글

빛의 제국 - 김영하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돼. 나한테도 여러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어. 그 선택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그게 인간이 시간여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야. 과거로 돌아가 아주 사소한 거 하나만 바꿔도 이 세상은, 지금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존재할 수가 없게 되는 거야.

P.382

 

나는 배신감이란 게 말이야, 그냥 속아서, 당해서, 그래서 억울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이제 보니 그게 아니야. 배신감은 말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허물어. 그런 거였어.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과연 잘 살아온 건지, 지금도 잘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어. 지금까지 이렇게 어리석었던 년이 다른 거는 뭐는 잘했겠냐구? 그리고 앞으로도 과연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남한테 이용이나 당하고 살겠지. 그렇겠지. 안 그래?

P.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