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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 속 글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야.

- P.19


각자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일까.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제멋대로 결론을 내버린다. 미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뭘 해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찾고 일촌을 맺고 그리고 차단에, 친구삭제......

- P.140


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 하나같이 특별하고 의미심장하고 그리고 섬세한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태수의 입을 통해 정리가 되고나니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일이 돼버린다. 세상에는 절대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오직 자기 자신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스며들듯 받아들이게 되는 세계, 이메일과 핸드폰의 전달 버튼을 아무리 눌러봤자 타인에게는 결코 똑같은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 것.

- P.146


우리, 재미없는데도 꾹 참으면서 남들한테 맞춰 살지는 말자. 혼자면 재미없다는 것, 그것도 다 사람을 몇무더기로 묶은 다음 이름표 붙이고 마음대로 끌고 다니려는, 잘못된 세상이 만들어낸 헛소문 같은 거야. 혼자라는 게 싫으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되지만 혼자라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

- P.171


하나의 공간에 함께 있는 순간에도 어쩌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시간이 따로 있어 서로 다른 파이프를 따라 엇갈려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서로를 향해 달려왔지만, 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란 이제부터 멀어져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다는 뜻 아닐까. 불현듯 몸이 노곤해진다. 나에게는 이따금 이런 순간이 있지. 기쁨,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 다음의 슬픔, 그 끝의 무기력함.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