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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 속 글

세계의 끝 여자 친구 - 김연수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한, 좌충우돌의 도시

- P.20

 

언제라도 그녀를 매혹시켰던 고통이었건만 맛보는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기에 그토록 끌렸던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P.59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

- P.68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81

 

미래를 바라봐온 십대, 현실과 싸웠던 이십대라면, 삼십대는 멈춰서 자기를 바라봐야 할 나이다.

이젠 좀 솔직해져도 괜찮은 나이다.

- P.96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100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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