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 황석영 하나씩 쥐어보면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던 물건들이었는데도 떨어져나온 아기 인형의 다리처럼 어쩐지 무서운 데가 있었다. ~~ ~~ 나중에야 그는 그런 것들이 찌그러진 콜라 깡통이나 잇자국이 남은 담배꽁초가 담겨 있는 소주병처럼 도시에서 버려진 것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무엇이든 제각기 슬픔이나 아쉬움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게 딱부리를 더욱 낯설고 무섭게 했는지도 모른다. - P.42 엄마가 다른 남자와 잔다고 성질을 내봤자 여기는 주소도 번지수도 없는 땅이고, 사람이건 물건이건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든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재생공장 같은 데라도 찾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 P.53 못 살 데가 어디 있겠냐. 돈 없으면 어디나 못 ..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89 다음